티스토리 뷰

반응형

‘테넷(Tenet, 2020)’은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대표작 중 하나로, 시간 개념을 완전히 뒤흔든 **역행(時間逆行, time inversion)**이라는 설정으로 관객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긴 작품입니다. 놀란 감독 특유의 구조적 서사와 시공간을 다루는 테마, 그리고 IMAX 촬영을 통한 스펙터클한 장면들이 어우러져 전 세계적으로 큰 화제를 모았습니다.

영화는 **‘시간을 거꾸로 흐르게 하는 기술’**을 중심에 두고, 인류의 미래를 지키기 위한 **익명의 주인공(The Protagonist)**의 미션을 따라갑니다. 놀란 감독이 5년 넘게 집필한 각본이며, 물리학 이론 중 엔트로피와 시간 대칭성에 영감을 받아 제작되었고, 실제 역행 촬영 기법과 철저한 아날로그 특수효과가 영화의 몰입감을 극대화합니다.

 

영화 '테넷 1' 포스터
영화 '테넷 1' 포스터

 

영화의 전반적인 이야기

주인공은 어느 작전 중 죽음을 가장한 시험을 통과하고, 세계를 구하는 비밀 조직 ‘테넷’에 합류합니다. 그는 시간 역행 기술이 미래에서 유입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그것이 제3차 세계대전을 촉발할 수 있는 위협임을 인지하게 됩니다.

그는 닐(로버트 패틴슨)과 함께 러시아 무기상 안드레이 사토르(케네스 브래너)를 추적합니다. 사토르는 미래와 현재를 연결하는 ‘회전문(turnstile)’이라는 장치를 통해 시간을 거슬러 무기를 이동시키고 있으며, 이 기술을 이용해 인류를 파괴하려는 야망을 품고 있습니다.

주인공은 사토르의 아내 캣(엘리자베스 데비키)을 통해 사토르에게 접근하고, 점점 더 깊숙이 ‘역행의 세계’로 들어가게 됩니다. 총알이 ‘되감겨’ 들어가는 장면, 주인공이 과거의 자신과 맞서는 시퀀스, 그리고 모든 것이 역방향으로 돌아가는 작전인 시간 핀서 작전(Temporal Pincer Movement)이 영화의 핵심을 이룹니다.

결국, 주인공은 미래에서 인류를 구하려는 진정한 의미의 전쟁을 치르게 되고, 자신이 과거에도 이미 이 모든 것을 계획한 인물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영화는 끝에서 시작으로 되돌아가는 순환 구조를 가지고 있으며, 관객들에게 ‘시간’이라는 개념을 새롭게 인식하게 만듭니다.

 

영화의 감상포인트

첫째, 시간 역행의 시각적 구현입니다. 일반적인 시간의 흐름과 반대로 움직이는 사람, 차량, 폭발 등이 한 장면 안에 공존하는 시퀀스는 철저한 기획과 훈련, 그리고 놀란 감독의 디지털 의존 없는 실사 촬영 덕분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둘째, 논리적으로 설계된 서사 구조입니다. 영화는 처음부터 끝까지 ‘정방향 시간’과 ‘역방향 시간’이 교차하며, 관객이 놓치기 쉬운 힌트들을 곳곳에 배치합니다. 반복 관람을 통해 숨겨진 복선과 치밀한 구조를 발견하는 재미가 있습니다.

셋째, 철학적 주제입니다. 테넷은 단순한 SF 액션이 아니라, 자유의지와 숙명론, 인류의 선택, 희생의 가치 등에 대해 묻습니다. 주인공은 이름조차 없는 존재지만, ‘행동이 결과를 만든다’는 믿음으로 세계를 구합니다. 이는 놀란이 오랫동안 영화 속에 담아온 철학적 메시지이기도 합니다.

넷째, 닐의 존재와 루프의 비밀입니다. 닐은 단순한 조력자가 아닌, 시간의 구조 안에서 이미 주인공과 오래된 인연을 가진 인물입니다. 영화의 마지막에서 닐이 “우리는 오랜 친구였어”라고 말하는 장면은, 관객에게 모든 사건이 시간 속에서 얼마나 복잡하게 얽혀 있는지를 암시합니다.

 

영화를 본 소감

영화 ‘테넷’은 단순한 영화가 아닙니다. 그것은 시간의 퍼즐을 푸는 하나의 실험이고, 관객의 지각을 시험하는 작품입니다. 처음 볼 땐 ‘이게 무슨 말이지?’ 싶지만, 되돌아보면 모든 조각이 맞아떨어지는 정교한 설계에 놀라게 됩니다.

이 영화는 관객에게 반복 감상을 유도하며, 매번 새로운 의미와 구조를 발견하게 만듭니다. 영상, 사운드, 편집 모두가 시간이라는 하나의 테마 아래 정렬되어 있고,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완벽주의가 곳곳에서 빛을 발합니다.

특히 마지막 30분은 영화사에 남을 명장면으로, 정방향과 역방향이 동시에 진행되는 전투 장면은 관객에게 물리적 충격마저 줍니다. 테넷은 쉽게 이해되는 영화는 아니지만, 이해하려고 노력할 가치가 있는 영화입니다.

 

처음엔 어렵게 느껴질 수 있지만, 테넷은 놀란 영화의 정수를 느끼고 싶은 사람이라면 반드시 경험해야 할 작품입니다. 시간과 의지에 대한 철학적 고찰이 담긴 이 영화는, 우리가 ‘지금’이라는 순간에 얼마나 중요한 선택을 해야 하는지를 다시 한 번 깨닫게 해줍니다.

반응형